제 4 권
제 7 관
중 생 품( 觀 衆 生 品)
이때 문수보살이 유마거사에게 물었다.<보살은 중생을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유마거사가 말하였다.<비유하면 요술장이가 요술로 만든 사람을 보듯,보살이 중생(衆生)을 보는 것도 이와 같아야 합니다.지혜 있는 이가 물속의 달을 보듯 하고,거울 속의 얼굴을 보듯 하며,불탈 때의 화염(火焰)같이 보고,부르는 소리가 울리는 것과 같이 보며,허공의 구름과 같이 보아야 합니다.물에 물방울이 모인 것과 같고,물 위에 물거품과 같으며,파초의 견고(堅固)함과 같고,번개의 머묾과 같으며,제오대(第五大)와 같고,제육음(第六陰)과 같으며,제칠정(제七情)과 같고,십삼입(十三入)과 같으며,십구계(十九界)와 같으니,보살은 중생을 이와 같이 보아야 합니다.무색계(無色界)의 색과 같으며,타버린 곡식의 싹과 같으며,수다원(須陀洹)이 몸을 보는 것과 같고,아나함(阿那含)이 태(胎)에 드는 것과 같으며,아라한(阿羅漢)의 삼독(三毒)과 같고,인(忍)을 얻은 보살이 탐내고 성내고 계(戒)를 파하는 것과 같으며,부처님의 번뇌(煩惱) 습기(濕氣)와 같고,장님이 색(色)을 보는 것과 같으며,멸진정(滅盡定)에 들어 숨을 쉬는 것과 같고,공중에 새의 자취와 같으며,석녀(石女)의 아이와 같고,화현(化現)한 사람의 번뇌와 같으며,꿈을 스스로 깨어나 보는 것과 같고,멸도(滅度)한 이가 몸을 받는 것과 같으며,연기(烟氣) 없는 불과 같으니 보살은 중생을 이와 같이 보아야 합니다.>
문수보살이 말하였다.<만일 보살이 이렇게 본다면 어떻게 자(慈)를 행합니까?>유마거사가 말하였다.<보살은 이렇게 보고나서 스스로 생각합니다."내가 마땅히 중생을 위해 이와 같은 법을 설하는 것이 곧 진실한 자비이다."적멸(寂滅)한 자비(慈悲)를 행하니 남(生)이 없기 때문이고,격렬하지 않은 자비를 행하니 번뇌(煩惱)가 없기 때문입니다.평등(평등)한 자비(慈悲)를 행하니 삼세(三世)가 평등하기 때문이고,다툼이 없는 자비를 행(行)하니 일으킴이 없기 때문이다. 둘 아닌 자비를 행하니 안이니 밖이니 하는 데에 합함이 없기 때문이고,무너짐 없는 자비를 행하니 끝끝내 다하기 때문이다.견고한 자비를 행하니 마음에 훼손됨이 없기 때문이고,청정(淸淨)한 자비를 행하니 모든 법성(法性)이 하기 때문이다.가없는 자비를 행하니 허공과 같기 때문이고,아라한(阿羅漢)의 자비를 행하니 번뇌(煩惱)의 도적을 물리졌기 때문이다.보살의 자비를 행하니 중생을 편안하게하기 때문이고,여래의 자비를 행하니 여여(如如)한 상(相)을 얻었기 때문이다.부처님의 자비를 행하니 중생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고,본래 이러 한 자비를 행하니 인(因)이랄 것없음을 얻었기 때문이다.보리(菩提)의 자비(慈悲)를 행하니 한결같은 한 맛이기 때문이고,차별없는 자비를 행하니 모든 애착을 끊었기 때문이다.대자비(大慈悲)를 행하니 대승(大乘)으로 인도하기 때문이고,싫어함이 없는 자비를 행하니 공(空)하여 나 없음을 관(觀)하기 때문이다.법보시(法布施)의 자비를 행하니 전하여 주는 데에 아낌이 없기 때문이고,지계(지계)로 자비를 행하니 파계(破戒)한 이를 교화(敎化)하기 때문이다.인욕(忍辱)으로 자비를 행하니 너니 나니 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고,정진(精進)으로 자비를 행하니 중생을 짊어졌기 때문이다.선정(禪定)으로 자비를 행하니 맛으로 받음이 없기 때문이고,지혜(智慧)로써 자비를 행하니 때를 알지 못함이 없기 때문이며,방편(方便)으로 자비를 행하니 모든 것을 나타내 보이기 때문이다.숨김이 없는 자비를 행하니 곧은 마음이 청정(淸淨)하기 때문이고,깊은 마음으로 자비를 행하니 잡스러운 행(行)이 없기 때문이다.속임이 없는 자비를 행하니 거짓이 없기 때문이고,안락함으로 자비를 행하니 부처님의 법락(法樂)을 얻게 하기 때문이다.보살의(慈)가 이와 같습니다.문수보살이 또 물었다.<무엇을 일러 비(悲)라 합니까?>답하였다.<보살이 지은 공덕(功德)을 모든 중생에게 베풀어 함께하는 것입니다.><무엇을 일러 희(喜)라 합니까?><널리 이롭게 함에 있어 기뻐하여 후회함이 없는 것입니다.<무엇을 일러 사(捨)라 합니까?><복을 짓되 바라는 것이 없는 것입니다.>
문수보살이 또 물었다.<생사에 두려움이 있으면 보살은 마땅히 무엇을 의지해야 합니까?>유마거사가 말하였다.<보살이 생사(生死)에 두려움이 있으면 마땅히 여래의 공덕의 힘을 의지 해야합니다.문수보살이 또 물었다.<여래의 공덕(功德)의 힘에 의지하고자 하면 마땅히 어떻게 머물러야 합니까?><보살이 여래의 공덕의 힘에 의지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모든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하도록 함에 머물러야 합니다.><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면 마땅히 무엇을 없애야 합니까?><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면 번뇌(煩惱)를 없애야 합니다.<번뇌를 없애려면 마땅히 무엇을 행해야 합니까?><마땅히 정념(正念)을 행해야 합니다.>(어떤 것이 정념을 행하는 것입니까?><마땅히 남(生)이 없고 멸(滅)함이 없음을 행해야 합니다.>어떤 법(法)이 남(生)이 없고 멸(滅)함이 없습니까?><착하지 않는 법은 남이 없고,착한 법은 멸함이 없습니다.><착하고 착하지 않은 것은 무엇이 근본이 됩니까?><몸이 근본이 됩니다.>(몸은 무엇이 근본이 됩니까?>
<탐욕(貪欲)이 근본(根本)이 됩니다.><탐욕은 무엇이 근본이 됩니까?><허망한 분별(分別)이
근본이 됩니다.><허망한 분별은 무엇이 근본이 됩니까?><전도(顚倒)된 생각이 근본이 됩니다.><전도된 생각은 무엇이 근본이 됩니까?><머무름 없는 것이 근본이 됩니다.><머무름 없는 것은 무엇이 근본이 됩니까?><머무름 없는 것은 근본이 없으니,문수보살이시여,머무름이 없는 근본으로부터 모든 법이 세워진 것입니다.>
그때 유마거사의 집에 한 천녀(天女)가 있었는데,모든 대인들이 설법(說法) 듣는 것을 보다가
문득 그 몸을 나타내어 천상(천상)의 꽃을 모든 보살과 큰 제자들 위에 뿌렸다.꽃이 모든 보살들에게 이르러서는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모든 제자들이 신통력(神通力)으로 꽃을 없애고자 해도 능히 없애지 못하자,이때 천녀가 사리불(舍利佛)에게 물었다.<어찌하여 꽃을 없애고자 합니까?><이 꽃이 법(法)답지 못하므로 없애고자 한다.>천녀가 말하였다.<이 꽃을 법답지 못하다 하지 마십시오.왜냐하면 이꽃은 분별이 없거만 존자(존자)가 스스로 분별상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만일 불법에 출가(出家)하여 분별하는 바가 있다면 법(法)답지 못한 것이요,만일 분별하는 바가 없다면 그것이 곧 법다운 것입니다.모든 보살들을 보건대 꽃이 붙지 않은 것은 이미 분별상이 끊어졌기 때문입니다.비유하면 사람이 두려워할 때 사람 아닌 것이 좋은 기회를 얻는 것과 같으니,제자가 나고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빛, 소리,냄새,맛,촉감이 기회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이미 두려움을 여읜 이라면 모든 오욕(五欲)이 능히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번뇌(煩惱)와 습기(習盡)를 다하지 못하여 꽃이 몸에 붙은 것이니,번뇌와 습기를 다하면
꽃이 붙지 않을 것입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천녀여! 이 집에 머문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가?>천녀가 말하였다.<제가 이 집에 머문 것은 어른 께서 해탈(解脫)하신 년수와 같습니다.><여기 머문지 오래되었는가?><어른께서 해탈하신 년수를 또한 얼마나 오래되었다 하겠습습니까?>사리불이 묵묵히 답하지 못하니,천녀가 말하였다.<얼마나 오래되셨기에 대지혜(大智慧)로 말하지 못하십니까?><해탈이란 말할 것이 없는 것이므로 나는 이에 알 것도 없느니라.>천녀가 말하였다.<말과 문자도 모두 해탈상입니다.왜냐하면 해탈이 안도,밖도,중간도 없듯 문자 또한 안도,밖도,중간도 없습니다.그러므로 사리불이시여,문자를 여의지 않고 해탈을 말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왜냐 하면 일체 모든 법이 해탈상(解脫相)이기 때문입니다.>사리불이 말하였다.<어찌 음로치(婬怒癡)를 여의지 않고 해탈할 수 있겠는가?>천녀가 말하였다.<부처님께서는 증상만인(增上慢人)
을 위해 음로치를 여의어야 해탈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을 뿐입니다.만일 증상만이 없는 이에게라면 부처님께서 음로치의 성품이 곧 해탈이라 말씀하셨을 것입니다.>사리불이 말하였다.<뛰어나고 뛰어나도다,천녀여,그대는 무엇을 얻었으며 무엇을 증득(證得)했기에 변재(辯才)가 이와 같은가?><저는 얻은 것이 없고 증득한 것도 없기 때문에 변재가 이와 같습니다.만일 얻은 것이 있고 증득한 것이 있다면 곧 불법의 증상만인이라 할 것입니다.>사리불이 천녀에게 물었다.<그대는 삼승(三乘)가운데서 어떤 뜻을 취하는가?><저는 성문법(聲聞法)으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성문이 되기도 하고,인연법(因緣法)으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벽지불(僻支佛)이 되기도 하며,대비법(大悲法)으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대승(大乘)이 되기도 합니다.사리불이시여,어떤 사람이 첨복(첨복)의 숲에 들어가면 오직 첨복의 냄새만 있고 다른 향은 없듯,이와 같이 만약 이 집에 들어오면 오직 부처님의 공덕향(功德香)만을 들을 뿐,성문 벽지불의 공덕향은 들을 수 없습니다.사리불이시여,석범(釋梵) 사천와(四天王)과 모든 천룡(天龍)과 귀신(鬼神)등이 이 집에 들어오면 이 상인(上人)께서 강설하시는 정법(正法)을 듣고 모두 부처님의 공덕향을 즐거워하며 발심해서 나갑니다.사리불이시여,제가 이 집에 머문 지 12년이나 처음부터 성문(聲聞) 벽지불(僻支佛)의 법은 듣지 못했으며,오직 보살의 대자대비(大慈大悲)함과 불가사의(不可思議)한 모든 부처님의 법(法)만을 들었습니다.
<사리불이여,이 집은 항상 여덟 가지 희유(曾有)하고도 얻기 어려운 법을 나타내니 어떠한 것들로 여덟 가지가 되겠습니까?이 집은 항상 금색광명(金色光照)이 비추고 있어 낮과 밥이 다르지 않아서 해와 달이 비추는 것으로써 밝아지지 않으니,이것이 첫(一)째로 희유하고도 얻기 어려운 법입니다.이 집에 들어오는 이는 모든 번뇌(煩惱)에 괴로워하지 않게 되니,이것이 두(二) 번째로 희유하고도 얻기 어려운 법입니다.이 집은 항상 제석(帝釋)과 범천(梵天),사천왕(四天王)과 다른 세계의 보살들이 와서 모이는 것이 끊어지지 않으니,이것이 세(三) 번째로 희유하고도 얻기 어려운 법입니다.이 집에서는 항상 육바라밀(六波羅密)과 불퇴전(不退轉)을 설하니,이것이 네(四) 번째로 희유하고도 얻기 어려운 법입니다. 이 집은 항상 천인(天人)이 제일가는 음악을 만들어 악기로 한량없는 법화(法化)의 소리를 내니,이것이 다(오)섯째로 희유하고도 얻기 어려운 법입니다.이 집은 네 개의 큰 창고가 있어 갖가지 보배가 가득 쌓여 있고,궁핍(窮乏)한 이들을 두루 구제하여 구하는 대로 다함 없이 얻게 하니, 이것이 여섯째로 희유하고도 얻기 어려운 법입니다.이 집은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아미타불(阿彌陀佛),아축불(阿축佛),보덕(寶德),보렴(寶燄),보월(寶月),보엄,(寶嚴),난승사자향(難勝獅子響),모두를 이롭게 하는 이와 같은 시방(十方)의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들께서 이 상인(上人)이 생각할 때 곧 전부 다 오셔서 널리 모든 부처님의 비밀하고도 요긴한 법장(法藏)을 설(說)하고 돌아가시니,이것이 일(七)곱째로 희유하고도 얻기 어려운 법입니다.이 집은 모든 천상(천상)의 잘 꾸며진 궁전과 모든 부처님의 불토(佛土)가 다 그 가운데 나타나니,이것이 여덟(八)번째로 희유하고도 얻기 어려운 법입니다.누가 이 부사의(不思議)한 일을 보고도 다시 성문법(聲聞法)을 즐거워하겠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그대는 어찌하여 여자의 몸을 바꾸지 않는가?>천녀가 말하였다.<내가
12년 동안 여인의 모습을 찿았으나 마침내 얻지 못했으니 마땅히 어떻게 바꾸겠습니까?비유하면 요술사가 요술로 지은 허깨비 여인과 같거늘,만약 어떤 사람이 어찌하여 여자의 몸을 바꾸지 않는냐고 한다면 이 사람의 물음이 옳다 하겠습니까,옳지 않다 하겠습니까?>사리불이 말하였다.<옳지 않다,허깨비는 정해진 모습이 없으니 마땅히 어떻게 바꾸겠는가?>천녀가 말하였다.<모든 법(法) 또한 이와 같아 정해진 모습이 없는데 어찌 여자(女子)의 몸을 바꾸지 않는냐고 물으십니까?>곧 그때 천녀(天女)가 신통력(神通力)으로 사리불(舍利佛)을 변화시켜 천녀와 같게 하고는 물었다.<어찌하여 여자의 몸을 바꾸지 않으십니까?> 사리불이 천녀의 모습으로 말하였다.<내가 지금 어떻게 여자의 몸으로 바뀌어 변화(變爲)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노라.><사리불이시여,만일 이 여자의 몸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면 곧 모든 여인도 또한 마땅히 바꿀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그러나 사리불이 여자가 아닌데 여자의 몸을 나타낸 것과 같이,모든 여인도 또한 이와 같아서 비롯 여자의 몸을 나타냈으나 여자가 아니니,이러므로 부처님께서 모든 법이 남자(男子)도 아니고 여자(女子)도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즉시 천녀가 신통력을 되돌려 거두자 사리불의 몸도 다시 예전과 같이 돌아왔다.천녀가 사리불에게 물었다.<여자 몸의 색상(色相)이 지금 어디에 있다 하겠습니까?><여자 몸의 색상은 있는 것도 아니고 있지 아니한 것도 아니다,><모든 법(法)이 또한 이와 같아 있는 것도 아니고 있지 아니한 것도 아닙니다.무릇 있는 것도 아니고 있지 아니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입니다.
사리불이 천녀에게 물었다.<그대는 여기서 사라지면 마땅히 어느 곳에 가서 나겠는가?>천녀가 말하였다.<부처님께서 화현(化現)하여 나셨듯이 저도 그와 같이 날 것입니다.><부처님께서 화연하여 나신 것은 사라지거나 나는 것이 아니다.><중생도 오히려 그러하여 사라지거나 나는 것이 아닙니다.>사리불이 다시 천녀에게 물었다,<그대는 얼마나 있어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될 것입니다.><내가 범부(凡夫)가 된다는 것은 옳지 않다.><제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는 것 또한 옳지 않습니다.왜냐하면 보리(菩提)는 머무를 곳이 없어서 얻음도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사리불이 말하였다.<지금의 모든 부처님들께서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셨으니,이미 얻었거나 장차 얻게 될 분이 항하사(恒河沙) 모래수와 같은 것은 뭐라 하겠는가?>천녀가 말하였다.<모두 세속(世俗)의 문자로 들어 말하기 때문에 삼세(三世)가 있다 말하나 보리(菩提)에 과거,현재,미래가 있다 말하지 마십시오.사리불이시여,당신은 아라한(阿羅漢)도를 얻었다 하시겠습니까?><얻은 바 없으므로 얻었다 한다.>천녀가 말하였다.<모든 불보살님들께서도 또한 이러 해서 얻은 바 없으므로 얻었다 하신 것입니다.>이때 유마거사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이 천녀는 일찍이 92억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이미 능히 보살의 신통(神通)을 유희(遊戱)하고 원력을 구족(具足)하였으며,무생인(無生忍)을 얻어 불퇴전(불퇴轉)경지에 머물면서 본래의 원력에 의해 뜻하는 바대로 나투어 중생을 교화(敎化)하고 있습니다.
제 8 관
불 도 품 (佛 道 品)
이때 문수보살이 유마거사에게 물었다.<보살이 어찌해야 불도를 통달했다 할 수 있겠습니까?>유마거사가 말하였다.<보살이 도라 할 것도 없는 행(行)을 해야만 불도(佛道)를 통달(通達)했다 할 수 있습니다.
또 물었다.<보살이 어떻게 도(道)라 할 것도 없는 행(行)을 합니까?><보살은 오무간(五無間)에 나아가도 괴로움과 성냄이 없고 ,지옥에 이르러도 모든 죄와 번뇌(煩惱)가 없습니다.축생에 이르러도 무명(無明)과 교만(憍慢)등의 허물이 없고,아귀(餓鬼)에 이르러 도 공덕(功德)을 구족(具足)하며,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에 갈지라도 뛰어난 것으로 삼지 않습니다.탐욕(貪慾)을 행하여 보이더라도 모든 중생에게 성냄과 걸림이 없으며,우치(愚癡)를 행하여 보이더라도 지혜(智慧)로써 그 마음을 조복(調伏) 받습이다.간탐(慳貪)을 행하여 보이더라도 안팎에 지닌 바를 모두 버려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계(戒)를 깨트리는 것을 행하여 보이더라도 청정(淸淨)한 계에 안주하여 작은 죄에 있어서까지도 오히려 큰 두려움을 품으며,성냄을 행하여 보이더라도 항상 자비심(慈悲心)으로 인내합니다.게으름과 방만(放漫)을 행하여 보이더라도 부지런히 공덕을 닦고,어지러운 뜻을 행하여 보이더라도 항상 선정(禪定)을 생각하며,어리석음을 행하여 보이더라도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의 지혜를 통달했습니다.아첨과 거짓을 행하여 보이더라도 착한 방편(方便)으로 모든 경(經)의 뜻을 따르고,교만(驕慢)을 행(行)하여 보이더라도 오히려 중생에게 교량(橋梁)과 같으며,모든 번뇌(煩惱)를 행하여 보이더라도 마음이 항상 청정(淸淨)합니다.마도(魔道)에 드는 것을 보이더라도 부처님의 지혜만을 따라 다른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성문(聲聞)에 드는 것을 보이더라도 중생을 위해 듣지 못해던 법을 설하며,벽지불(僻支佛)에 드는 것을 보이더라도 대비(大悲)를 성취 하여 중생을 교화(敎化)합니다.가난에 든느 것을 보이더라도 보배로운 손을 지녀 공덕(功德)이 다함 없고,흉악한 형상(형상)에 드는 것을 보이더라도 모든 상호(相好)를 구족(具足)하여 스스로 장엄(莊嚴)합니다.하열(下劣)함과 비천함에 드는 것을 보이더라도 부처 종자 성품을 나게 하는 가운데 모든 공덕 갖추고,약하고 열등하며 추하고 천한 모습에 드는 것을 보이더라도 나라연(나라연)의 몸을 얻어 모든 중생이 즐겨 보게 하며,늙고 병듦에 드는 것을 보이더라도 영원히 병근(病根)을 끊고 죽음의 두려움을 초월(超越)하게 합니다.재물을 지니고 내는 것을 보이더라도 항상 무상(無常)을 관(觀)하여 진실로 탐착(貪着)하는 것이 없고,아내와 첩과 시녀를 두더라도 항상 오욕(五欲)의 진흙탕을 멀리 여의며,둔하게 말더듬는 것을 나타내더라도 변재(辯才)를 성취하고 총지(總持)를 잃지 않습니다.외도(外道)들의 제도(諸道)에 드는 것을 나타내더라도 올바르게 구제하여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두루 모든 도에 드는 것을 나타내더라도 그 인연을 끊으며,열반(涅槃)을 나타낸다 해도 생사(生死)를 끊었다 함도 없습니다.문수보살이시여,보살이 능히 이러히 도(道)라 할 것도 없는 행(行)을 해야만 불도(佛道)를 통달(通達)했다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유마거사가 문수보살에게 물었다.<어떤 것이 여래의 종자입니까?>문수보살이 말하였다.<몸이 종자(種子)이고,무명(無明)과 애착(愛착)이 종자이며,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貪瞋癡)이 종자이고,사전도(四顚倒)가 종자이며,오개(五蓋)가 종자이고,육입(六入)이 종자이며,칠식처(七識處)가 종자이고,팔사처(八邪處)가 종자이며,구뇌처(九惱처)가 종자이고,십불선도(十不善道)가 종자이니,요약해서 말하자면 육십이견(六十二見)및 모든 번뇌가 부처의 종자입니다.<어찌하여 그렇습니까?><만일 무의(무위)만을 터득하여 정위(正位)에 든 이라면 능히 다다시 아뇩다라삼막삼보리심을 발하게 할 수 없으니,비유하면 고원,육지에는 연꽃이 나지 않고 낮고 습한 진흙탕에 이 꽃이 나는 것과 같습니다.이와 같아서 무위법만을 터득하여 정위(定位)에 든 이는 마침내 다시 불법을 내지 못하니,번뇌의 진흙탕 속이라야 중생이 있어 불법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또 종자를 허공(虛空)에 심으면 마침내 능히 나지 않고 분양지(분양지)에서라야 능히 번성하니,이와 같이 무위만으로 정위(定位)에 든 이는 불법(佛法)을 내지 못하고 아견(我見)을 수미산같이 일으킨 데에서라야 오히려 능히 아뇩다라삼막삼보리를 발하여 불법을 낼 수 있습니다.그러므로 마땅히 아십시오,모든 번뇌가 여래(如來)의 종자(種子)이니,비유하면 큰 바다에 들어가지 않으면 능히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 구슬을 얻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이와 같아서 번뇌(煩惱)의 큰 바다에 들어가지 않으면 능히 모든 지혜(智慧)의 보배를 얻지 못합니다.
이때 대가섭이 찬탄(讚歎)하였다.<참으로 그렇습니다.문수보살이시여,그 말씀 상쾌합니다.진실로 말씀하신 것과 같이 번뇌(煩惱)의 무리가 여래(如來)의 종자이오나 저희들은 지금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게 하는 일을 감히 맡지 못합니다.또 오무간죄(五無間罪)를 지은 이라 할지라도 오히려 뜻을 발하여 불법을 내개 할 수 있으나,이제 저희들이 오래도록 발하게 하지 못하는 것을 비유(比喩)하면 뿌리가 썩은 선비가 오욕(五欲)으로 인해서 다시 이로움을 주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이와 같이 성문(聲聞)의 모든 결단한 이들이 불법 가운데 이로움이 없는 오랫동안 뜻과 원력(願力)이 없었기 때문입니다.그러므로 문수보살이시여 범부(凡夫)는 불법으로 다시 돌이킬 수 있으나 성문은 없습니다.왜냐하면 범부는 불법을 듣고 능히 위없는 도의 마음을 일으켜 삼보(三寶)를 끊어지지 않게 할 수 있지만,성문(聲聞)은 몸이 다하도록 부처님의 두려움이 없는 법력(法力)을 듣고도 길이 위없는 도의 뜻을 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때 모임 가운데 있는 보살의 이름이 보현색신(普現色身) 이었으니,유마거사에게 물었다.<거사님이시여,부모,처자 ,친척,권속과 관리,백성,선지식이 모두 누구이며,남녀 종과 코끼리,말,수레,탈 것은 모두 어디에 있습니까?>
이에 유마거사가 게송으로 답하였다.지혜바라밀(智慧 波羅蜜)은 보살의 어머니,방편(方便)은 아버지 삼으니 중생을 인도한 모든 스승,이로부터 나지 않음 없다네 법희(法喜)는 아내되고,자비심은 딸이 되며 착한 마음 성실은 아들,구경(畢竟)의 공적(空寂)함이 집이라네 제자인 뭇 번뇌,뜻을 따라 굴리고 도풍인 선지식,이로부터 정각(正覺)이루네 모든 바라밀법(波羅蜜法)은 벗,사섭법(四攝法)은 기녀 되어 법(法)의 말씀 노래삼고 시가 지어 칭송하여 이로써 음악을 삼는다네 총지(總持)의 동산과 무루법(無漏法)의 수림(樹林)에 각의(覺意)의 갖가지 묘한 꽃,해탈(解脫),지혜(智慧),과실이라.팔해탈(八解脫)의 욕지(浴池)에,선정(禪定)의 물 가없이 이러히 가득하니 일곱(七)가지 청정한 꽃 널리 뿌려서 깔고,때 없는 사람 목욕하네 코끼리,말(大乘)오신통(五神通)으로 달리게 하니,대승(大乘)을 수레 삼아
한 마음으로 조화롭게 부려 팔정도(八正道)의 길에 노닌다네 상호(相互)갖춰 장엄한 얼굴
아름답게 꾸민 자태 참괴(慚愧)의 옷에, 깊은 마음 머리장식을 삼네. 일곱 보배를 지녀 부유하고,가르침으로 번성하게 하며 말과 같이 닦아 행하여,회향(回向)을 큰 이익 삼는다네 사선정(四禪定)을 앉는 자리 삼는 것에서부터 정명(淨命)이 비롯되고 법(法)을 많이 듣고
지혜(智慧) 더하는 것, 자각의 소리 되네 감로(甘露)의 법은 밥이요,해탈(解脫)의 맛은 감로라 청정심(淸淨心)으로 목욕하며,계품(戒品)의 향 바른다네,번뇌(煩惱)의 적 꺾고 멸(滅)해, 용맹함 뛰어넘을 자 없고, 네(四) 가지 마군(魔軍) 항복 받아,승리의 깃대 도량(道場)에 세우네.
일어나고 멸함 없음을 아나 저들에게 남(生)을 보여서 모든 국토 나투어 해와 같이 보지 못함이 없게 하고 시방(十方)의 한량없는 억(億) 부처님께 공양하되 모든 부처님이라거나 자기 몸이라는 분별상도 없다네
모든 불국토(佛國土)를 중생에게 베푸는 것까지도 공(空)한 줄 아나 항상 정토(淨土)를 닦아 중생을 교화(敎化)하고,모든 중생의 무리에게 모양,소리,위의(威儀)까지 두려움 없는 보살의 능력 일시에 다 다투네.
뭇마군의 일을 알고 그 행(行)에 응하여 보이되 좋은 방편지혜(方便智慧) 뜻대로 능히 나타냄이여 혹은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보여서 모든 중생 성취시키고 허깨비 같음 깨달아 알게 하여 통달해서 걸림 없게 한다네.
현겁(現劫)이 불타 다하는 것,천지가 모두 빈 것을 나타내어 뭇 사람들이 항상(恒常)한 상(常)비추어 무상(無常)을 알게 하고.
수없는 중생들 어느 누가 청하여도 보살은 일시에 그 집에 이르러 불도를 향하도록 교화하네.
경서(經書)와 주문(呪文) 비밀한 방편(方便),공교로운 모든 기예(技藝),이 일을 행하는 데에 다 나타내 모든 중생을 널리 이롭게 하고 세간(世間)의 갖은 도법(道法) 그 가운데 다 출가하여 사람의 미혹(迷惑)을 풀어 사견(邪見)에 떨어지지 않게 하네.
혹은 일월천(日月天)과 범왕(梵王)세게 주인이 되고 혹은 흙과 물,혹은 바람과 불이 되니 겁(劫) 중에 병 있으면 모든 약초가 되어 나투어서 먹는 이의 병 없애고 모든 독을 없애주네.
겁(劫) 중에 기근(饑饉)이 있으면 몸 나투어 음식이 되고 우선 주림과 갈증에서 구한 뒤 법으로
그에게 말해주며,겁중에 전쟁 있으면 자비심(慈悲心) 일으킨 힘으로 모든 중생 교화하여 삼매(三昧)에 머물게 하네.
만일 큰 전쟁의 진영에 있어 같은 힘으로 맞서게 되면 보살이 위세(威勢)를 나투어 항복하게 한 뒤 화해(和解)하여 안락하게 하며 갖은 국토 가운데 지옥이 있음에 문득 그들에게 가서 이르러 제도하여 고뇌를 면하게 하네.
갖은 국토 가운데 축생계(畜生界)에서 서로 잡아먹으면 그들에게 나서 그들을 위해 이롭게 하고 오욕락(五欲樂) 받는 것을 보이되 또한 선정(禪定) 행하는 것을 나타내니 마군(魔軍)의 마음이 어지러워져 그 편의를 얻지 못한다네.
불 가운데 연꽃 나는 것 희유(希有)함이로세,욕계에서 선(禪) 행함도 희유함 이와 같아, 혹은 음탕한 여인으로 나투어 모든 호색가를 끌어들어 먼저 욕정(欲情)의 갈구리로 끌어서 부처 지혜에 들게 하네.
혹 마을 가운데 주인이 되거나 혹 상인이 되어 인도(人導)하고 국사와 대신으로 중생을 도와 이롭게 하며,모드 가난한 이들에겐 다함 없는 창고를 나툼으로써 그들에게 권하여 인도하여 보리심(菩提心)을 발하게 하네.
아상(我相)으로 교만한 이에게는 대역사(大力士) 나투어 모든 아만심을 조복(調伏)시켜 위없는 도(道)에 머물게 하며 두려움 있는 무리에게 나아가 위로하고 편케 하되 먼저 두려움이 없도록 베푼뒤 도심(道心)을 발하게 하네.
혹은 음욕(婬欲) 여읜 것을 나타내 오통선인(五痛仙人)되어서 모든 중생을 개도(開導)하여 계(戒),인욕(忍欲),자비(慈悲)에 머물게 하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종이 되어 나타나서 이윽고 그 뜻대로 기쁘게 하여 도심(道心)을 발하게 하네.
그들이 구하는 바를 다라 불도(佛道)에 들게 하여 좋은 방편력으로 모두 능히 흡족케 하니 이러히 도가 한량없고 행하는 바 끝없으며 지혜(智慧)또한 가없어 수없는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케 한다네.
가령 모든 부처님들이 한량없는 억겁(億劫) 동안 그 공덕(功德)을 찬탄(讚嘆)한다 해도 다하지 못할지니 인간답지 못한 완고하고 무지한 이를 빼놓고 누가 이러한 법(法)을 듣고 보리심(菩提心)을 발하지 않겠는가.
제4권-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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